이미 법제화가 추진 중이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을)은 지난 9월 특허 침해와 관련한 특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을 보면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상대방(피조사자) 공장 등의 현장 사실조사를 할 수 있고, 증거로 채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 사실조사를 거부·방해하면 특허권자의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산업계에선 특허가 많은 외국 업체가 디스커버리 제도를 악용해 한국 기업을 상대로 무차별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특허가 많은 반도체 부품·장비업계가 도입을 반대한다. 글로벌 3대 반도체 장비회사(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램리서치, TEL)의 한국 내 유효 특허 건수는 평균 1825건(특허청 조사)이다. 반면 한국 주요 장비업체(10곳)의 평균 특허출원 건수는 425건이다.
한 중소기업 임원은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특허 문제로 국내 중소기업의 공장 실사를 요구하면 모든 생산이 중단되고, 소송전에만 신경써야 한다”며 “중소기업은 그에 대응할 인력도 자금도 없다”고 말했다. 소송 과정에서 외국 기업에 영업비밀을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허를 많이 보유한 일부 기업도 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반도체용 테스트 소켓 시장 점유율 세계 1위 업체인 아이에스시(ISC)의 정영배 회장은 “특허를 내도 무단으로 기술을 도용한 경쟁 업체가 발뺌해 소송을 거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손승우 중앙대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특허를 침해당해도 이를 입증할 방법을 못 찾아 지레 포기하는 일이 많다”며 “특허권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관련뉴스